IT 업계의 경우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네이버는 ‘책임근무제’를 도입, 본인 업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에 출퇴근 시간에 맞춘다. 게임업계에도 마찬가지다. 넷마블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엔씨소프트는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유연 출퇴근제’에 나서고 있다.
대형 로펌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딜레마’
이처럼 대기업이 주 52시간 근로 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300이 넘는 대형 로펌의 경우도 고민과 대응은 마찬가지다. 법을 주 업무로 삼는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외 클라이언트들의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다른 직종과 달리 출 퇴근 시간외에 업무가 다반사여서다.
기업의 노동문제 자문과 해결에 나서는 법률전문가 집단이여서 이를 어길 경우엔 로펌이 스스로는 법을 지키지 못 한다는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업무특성상 변호사들의 월급을 줄이고 더 많은 변호사를 채용하는 식의 대안도 선뜻 추진하기도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우선 300인이 넘는 대형로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 바른 등 7곳이 해당된다.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 근무형태에 따른 재량근로시간제나 탄력근로시간제 등 여러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고민 중이다.하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모든 어쏘 변호사들에게 지분 0.0001%를 줌으로써 전부 지분 파트너 화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웃지못할 얘기도 있다.
특히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모두 처리하려다 보면 변호사간 갈등도 예상되고 있는 것. ‘성과 독촉’에 어쏘변호사들에게 초과근무가 어려워 진 상황에서 특정 어쏘들과만 일을 하거나 혼자서 밤을 새며 일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 도래변호사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로펌이어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이해관계가 상반될 수 있어 대응책에 고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을 지키고 이를 주 업무로 하는 집단에서 주 52시간 근무를 어길 수는 없는 게 자명한 현실이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직을 지냄 한 변호사는 “시대가 시대인 만큼 과도기인 상태이지만 주 52시간 근무는 일자리 등 미래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진단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상생이 주 목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도는 대세다. 거시적 관점에서 이를 지켜 동참해 나가는 것이 국민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전 분야가 이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시행 착오 등 어려움이 뒤 따를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 분야가 주 52시간 근로에 나석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고민이 더 큰 편이다.
대기업이 나서고 있는 탄력근무제 도입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다는 입장에서다. 현행 제도에서는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2주나 3개월 이내로 정하는 것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취업 규칙으로 정해야 2주,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해도 3개월 이내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사 서면 합의가 꼭 있어야 하는 것. 노조 동의 요건 등을 완화하고 적용 기간도 6개월~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가피한 경우 예외 조항 신설 등의 보완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 산업 특성에 맞는 근로시간 단축을 유연하게 적용해주는 보완책을 요망하고 있는 것.
7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만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인 가운데 오는 2020년 1월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2021년 7월에는 5~49인 사업장까지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 적용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닌 만큼 고민이 큰 게 사실이다.
한 중견 기업 대표는 “대기업은 나름대로 대응력과 기업 경쟁력에 앞서 있지만 중소기업은 열악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상생할 수 있는 체질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어찌됐던 주 52시간 근무제는 대세인 만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고 경쟁력이 아니겠느냐”고 새로운 경쟁력을 고민하고 있다. <김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