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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지 르포/ 백두산 기행] 총 든 중국 군인들이 천지를 왜 지킬까

 by : sunday-etimes | 작성일 : 18-08-27 18:30
조회 : 9,148  
서파에서 본 백두산 천지. 장군봉 쪽으로 구름이 몰려가고 있다.<사진/양승진 기자>
 
 
 
천지는 물론 백두산 일대나 고구려 유적지에서 태극기는 물론 현수막조차 펼칠 수 없는 실정
 
 
2018년 8월 5일 일요일.
새벽 5시 중국 길림성 통화시에 있는 맨포드호텔 앞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잖아도 침침한 하늘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어두웠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오전 7시쯤 일행을 태운 버스는 송강하를 향해 내달렸다.
 
 
어느새 차창을 때리는 빗방울은 더위를 식히는 청량감 대신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깨우는 듯했다. 3시간여를 쉼 없이 달린 버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파 산문 아래 천사(天賜)호텔에 내려놓았다.
 
그나마 이곳에서 천사(天使)를 만난 것처럼 빗방울이 잦아들더니 언뜻 언뜻 파란 하늘이 실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했다. 이러다 분명 하늘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에 점심을 먹고 있자니 난데없이 비보가 날아들었다.
 
남파에 폭풍우가 몰아치자 산문을 닫고 관광객을 통제한다는 얘기였다. 아침 일찍 이곳에서 잠을 잔 사람들이 산문 앞에 대기상태로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렇다면 아예 천지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알아서 할 일이지 누가 어떻게 할 일이 아니니 체념한 끝에 식사를 하고 있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른 가이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남파 산문은 닫았으나 서파 산문은 지금 개방돼 10시50분까지 가면 천지를 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어제 관광을 신청한 단체가 산문이 닫히자 포기하고 떠난 자리를 우리가 대신 메워주자는 말이다. 직원들 근무교대 전에 가면 들어 갈 수 있다면서 채근했다.
 
 
수목한계점은 누가 벌초를 한 것처럼 나무 한 그루 않보여
가이드는 “여권번호는 틀리지만 지금은 천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며 입장권을 나눠줬고, 천사호텔에서 5분 남짓한 서파 산문 주차장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입장을 위해 가까스로 뛰어가는데 한 무리의 중국 군인들이 버스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그나마 잘 됐다는 생각에서인지 표정들이 밝았다. 산문을 입장할 때까지 우리 일행 외에는 없어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셔틀버스를 타러가는 길은 먼저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참 길에 서 있었더니 나오는 길 쪽으로 조선족 한 사람이 다가와 장뇌삼을 보여주며 2만원짜리를 1만원에 주겠다고 했다. 몇 년 정도 됐느냐고 묻자 뇌두를 하나 둘 세면서 10년은 넘었다면서 웃었다. 10년이 넘은 삼을 들고 왜 웃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나도 웃음이 나왔다.
 
버스를 탄 일행은 서파 주차장까지 꼬불꼬불한 길을 쉼 없이 달려갔다. 바닥은 그나마 숲이 우거졌지만 조금 더 가자 자작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더 높은 곳(1900~2000m)은 가문비나무와 사스레나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하늘은 양털구름이 덮였지만 파란 하늘이 실눈을 뜨다 감다를 하는가 싶더니 번쩍 놀란 눈처럼 열렸다. 수목한계점에 다다르자 파란하늘이 양털구름을 몰아내고 마치 잔디밭에 은사스레나무만 심어 놓은 정원을 보는 듯 했다.
 
수목한계점은 누가 제대로 벌초를 한 것처럼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2차선이지만 큰 버스가 교행하기에는 버거운 길이 이어지자 무전기를 든 직원 한 명이 아래 위 버스를 번갈아가며 보냈다.
오른쪽으로 오녀산성을 닮은 구릉을 지나자 왼쪽으로 서파를 오르는 울긋불긋한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산 정상의 천지는 구름이 몰려왔다 가는 게 보였다.
 
 
1442계단에 올라서니 천지는 온데간데없고 사람들만 바글
주차장에 일행을 내려놓은 버스는 얼마나 고된지 헐떡이는 듯했다. 오후 1시를 막 넘어선 시간인데 3시까지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가운데 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서파 계단은 모두 1442계단으로 쉬엄쉬엄 오르면 되지만 경주하듯 가면 얼마가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는다. 아래 동네에서는 가능한 일이어도 이곳은 2500m여서 아래서 한 번 쉴 숨을 이곳에선 두 번 쉬어야 해 다들 헐떡이게 만들었다.
 
갑자기 누가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가마꾼이 앞서가기 위해 길을 비켜달라고 했다. 할머니 한 분이 타고 가는 가마 주위에는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에워싸고 가자 계단 길이 비좁았다.
가만히 가마를 들여다보니 상행 4만 위안, 하행 3만 위안이라고 붙여 놓았다. 가마를 따라가면 쉬울 것 같아 뒷줄에 섰더니 오르막이 쉽지 않은지 자주 가마를 내려놓았다. 가마가 거의 1400 계단쯤 갔을 때 가마꾼은 할머니와 주위 가족들에게 팁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마치 상여꾼들이 손 내미는 것처럼 산 사람을 상대로 하니 가족들은 난처한 입장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습을 지나 1442계단에 올라서니 천지는 온데간데없고 사람들만 바글 거렸다. 37호 경계비는 중국 쪽만 보이게 쇠파이프로 묶어 아예 넘지 못하게 동여맸다. 예전에는 그나마 북한 쪽으로 발걸음을 뗐었는데 참 야속하게 보였다.
 
나무 데크로 올라 틈새를 찾아 갔더니 천지는 구름과 숨바꼭질을 했다.
천지는 밝아지는가 싶더니 구름이 모여들기를 반복하다 어느새 커튼을 활짝 걷고 속살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고, 백번 가면 두 번 본다고 해서 백두산인데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고맙다는 감탄사가 절로 났다.
 
 
총 든 군인 보고 천지 보니 두 그림이 겹쳐져 감동보다 걱정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다시 나무 데크 가운데로 나왔더니 총을 든 중국 군인의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관광객들이 많은데 왜 군중 한 가운데 총을 들고 서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아마도 한국인이나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국경이라는 위압감을 선물하려는 듯 보였다. 그러려면 경계비 옆에서 해야 마땅한데 왜 데크 한가운데서 하는지 참 어이가 없었다.
 
마치 이곳에 온 사람들이 마치 북한 쪽으로 넘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관광객 대부분을 범죄자 취급을 하니 참 대국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관광객들 편의를 도와주겠다면 도우미를 배치하는 게 더 어울릴 듯했다. 백두산까지 가 총 든 군인을 보고 천지를 보니 두 그림이 겹쳐져 감동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봉우리를 하나 둘 헤치고 장군봉, 시루봉 등을 찾아보니 쉽지 않았다. 이곳에서 남파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계를 보니 약속한 시간이 30분쯤 남은 것 같아 발길을 돌렸다.
서파에서 내려서는 길은 돌계단으로 오른쪽 길이다. 오후여서인지 올라가는 인원은 확 줄었고, 대신 내려가는 사람들만 빼곡했다. 2016년에 왔을 때는 7월이라 온 사방이 꽃 천지였으나 지금 계절에도 꽃은 있지만 대체로 무채색에 가까웠다.
 
한편으로는 당시에는 채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계단 길옆에 있었지만 그것마저 녹아 7월과 8월의 차이를 느끼게 했다. 주차장으로 내려서니 이번에는 총 든 군인이 꾸러미로 배치돼 있었다. 관광객들이 보는 앞에서 엄중함 보다는 장난치는 모습에 아연 실색했다.
 
백두산이 중국 땅이고, 이걸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보여 그 자체가 거북스러웠다. 듣자하니 북한도 자기들 소수민족의 하나라고 떠드니 고구려, 발해가 우리 옛 선조들 땅이라고 해도 그들은 웃기만 할 일이다.
 
천지는 물론 백두산 일대나 고구려 유적지에서 태극기는 물론 현수막조차 펼칠 수 없는 실정이고 보면 이러다 백두산에 가는 한국인의 수가 점점 줄어 그들이 그려놓은 동북공정 프레임에 갇힌다는 생각이 들자 한전(寒戰)이 났다.
백두산 보자고 중국까지 가 몸살이 나니 이건 더럽고 치사하고 서러워 또다시 갈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스러웠다. <연착/양승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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