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그룹 사옥 <사진/LG그룹. 일요경제시사DB>
75년 '장자 승계 원칙' 전통 ‘훼손’
‘핏줄’이 승계 ‘원칙’ 경영권 ‘암투’
법조계 “상속권 침해 사유 땐 소송”
LG그룹이 구본무 회장 별세 5년 만에 상속 분쟁으로 제계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47년 창업 이후 경영권 및 재산 관련 분쟁이 한 차례도 없었던 LG그룹이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속 분쟁의 발단을 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씨 측으로부터 첫 내용증명을 받으면서 인데, 내용에서 쌍방 간 이해 관계 주장에 따른 대립각 이후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대단 대표, 구연수 씨가 지난 28일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청구하면서다.
내용증명에서는 김 여사 측은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상속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이러한 내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게 구 회장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승소할 경우에는 LG그룹 75년을 이어온 '장자 승계 원칙' 전통이 깨지는 초유의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상속 분쟁이 아닌 ㈜LG 지분을 둘러싼 '남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견해도 있다. 5년 전의 가족 간 합의에도 불구, 경영과 관련된 법적 소송은 그간 LG그룹이 보여준 관행에서 보면 지극히 이례적 사안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한 재계 인사는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통해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자는 배경에는 ‘친자 관계’가 숨어 있다는 사연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기도 한다. 이른바 ‘핏줄’ 로 인한 상속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과 김 여사의 친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구본무 전 회장은 자신의 외아들을 사고로 잃으면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입적한 상태. 창업 이후 구씨 집안의 ‘장자 승계’ 전통을 위한 가계의 결단인 셈이었다. 이제는 이 부분이 상속 분쟁의 단초로 작용하고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은 5년 전 구 전 회장 별세 후 5개월간 가족 간 수차례 협의를 통해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구광모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친자가 아닌 관계로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상속 효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은 ㈜LG 주식 11.28%(1945만8169주) 등 총 2조원 상당인 가운데 가족 간 협의로 구광모 회장은 8.76%(1512만2169주)를 상속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6.24%였던 구 회장의 지분율은 15.00%로 상향,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태이다.
유산 상속 분할 협의에 중심에 있던 구 회장의 어머니 김 여사는 단 한 주도 받지 않았고 장녀 구연경 대표는 2.01%(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씨는 0.51%(87만2000주)를 각각 나누어 상속받았다고 한다. 다만 김 여사는 예금과 미술품을 상속받았다. 결과적으로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가져간 유산은 총 5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유산에 관한 구 전 회장의 유언이 없었다는 점에서 법에 규정된 상속비율에 따라 김 여사가 3.75%, 구광모 회장,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는 각각 2.51%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의 주장처럼 조정이 된다면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의 지분이 구 회장의 지분을 넘어섬으로서 ‘LG 경영권’에 미묘한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보는 재계의 시각도 있다.
LG도 이번 소송건은 경영권의 움직임과도 연관짓고 있다. LG는 고인 별세 이후 5개월간 가족들이 만나 수차례 협의를 했고,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지났으며 이미 제척기간 3년이 지났다는 점에서 불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LG에 경영권 변화 등이 못마땅한 기색이다.
제척기간이란 어떤 권리에 대한 일정한 존속기간을 말한다. 김 여사와 두 딸이 주장하는 그 권리가 합당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주장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소멸됐다는 게 LG의 주장이다. 다만 상속이 완료된 지 4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합의 당시 인지하지 못했던 상속권 침해 사유가 있었다면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번 분쟁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경영권에 뛰어드는 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구 대표의 남편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사모펀드 운용사 블루런벤처스의 윤관 대표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상속회복 청구 소송은 상속 효과를 갖는 자가 진정한 상속인이 상속 효과를 회복하기 위해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김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