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김 전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설의 실체는 무엇일까.
과거 대우그룹 시절 그룹의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냈던 김우일 대우M&A 대표(대전 우송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우건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다면 대우M&A가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와전됐다는 설이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대우건설 인수를 준비하기 위해 해외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김우중 전 회장의 존재를 언급하며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득력(?)있는 재기설은 김우중 전 회장 배경엔 박지만 EG 회장이 있다는 데서다. 지금의 박 회장이 있기까지 김 전 회장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
김 전 회장은 1990년 박 회장이 EG(당시 삼양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자금을 대준 바 있다.
또 김 전 회장의 부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고등학교 스승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전직 ‘대우맨’들의 활발한 활동이 재기 설을 부축이는 형국.
임직원들이 주축이 된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의 이념을 이어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도 김 전 회장 재기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재기한다면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그 발판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대우그룹 출신 임원들의 모임인 ‘우인회’도 건재하다.
김 전 회장은 올해와 지난해 대우그룹 창립기념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 옛 ‘대우맨’들과 인연을 이어 가고 있는 것. 베트남에 거주하며 옛 대우맨들과 접촉하는 것도 재기설에 힘을 보태는 형국일 수 있다.
하노이 신도시 개발 기반 재기
베트남 현지에서는 활동이 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지자마자 도피생활을 시작했던 김 전 회장이 6년 만인 2005년 귀국한 것은 사실 국내에서 재기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베트남에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김 전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을 기반으로 재기를 꿈꾸었다는 것도 재기설의 일부분이다.
이를 위해 바로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움직임이 재기설에 큰 진원지로 보인다. 베트남에서 그는 지난 10일 베트남 한인상공회의소 주최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김우중 사관학교’를 운영 중”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연회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2000년 대우그룹 해체 후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던 김 전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때 두 차례 심장수술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던 김 전 회장이지만 강연에선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현재 하노이에 거주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은 지금도 매일 아침 5시면 눈을 떠 9홀을 도는 골프를 하고 신문 5개를 보며 나중에 책을 낼 계획을 갖고 오후엔 틈틈이 메모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전회장의 이러한 베트남에서 왕성한 활동이 재기설에 또 다른 힘을 보태는 형국이 아닌가 하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현지 소식통 전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가끔씩 대우가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할 때가 있고 대우가 다시 창조적인 비즈니스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는 것.
김 전회장의 대우그룹에 애착이 큰 만큼 재기설이 부풀려졌다는 게 재계 소식통의 판단이다.
대우건설 인수 그룹 재건 시간문제
이러한 와중에 이번에 등장한 김 전 회장의 재기 설에서는 주목할 점은 김 전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
김 전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개발을 대우건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주인 없는 대우건설을 찾아온다면 옛 대우그룹을 재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어 재매각은 불가피한 상태다. 베트남에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고 현재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이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우건설을 다시 찾는 다면이야 옛 대우그룹의 재건은 시간문제로 재계는 전망한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재계 시각이다.
추징금도 내지 못한 김 전 회장이 무슨 자금으로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겠으며 뛰어든다 해도 비판 여론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
김 전 회장의 뜻과 관계없이 몇몇 전직 임원이 김 전 회장을 끌고 들어 갈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
일설에는 김 전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거나 대우건설 인수를 지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수가 성사됐을 경우, 김 전 회장을 명예회장 형식으로 영입해 해외 마케팅 능력과 브랜드 네임 등을 활용할 의향은 있다는 식이다.
이 같은 점들을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다 털어놓았다는 게 증권가에서 떠도는 얘기이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마치 김 전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와전돼 재기설이 퍼진 것 아니냐는 게 재계 관계자의 판단이다.
그동안 종종 불거진 김우중 전 회장의 재기설은 대부분 과장된 것이라는 게 재계 정통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김 전 회장이 1999년 해외도피를 시작하면서 전혀 재기를 꿈꾸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인터폴 수배자의 신분으로 재기가 어려워 신변과 법적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귀국했으나 귀국 전의 기대는 달리, 재기는 아예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징역형과 추징금까지 맞으면서 재기의 꿈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보는 게 정확한 것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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