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크랙의 심각성을 떠나 롯데건설의 빠른 대처 미흡 지적과 과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부실시공 사태의 전철을 밟는 거 아니냐는 의견 등도 분분하다.
이번 문제가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메가 기둥의 균열은 123층의 초대형 건물의 무게를 지탱해준다는 점에서 안전에 매우 큰 위험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리사인 한미글로벌은 작년 10월 “균열 방지방안 제출 및 협의가 필요하고 건물 자체에 대한 구조물 진단과 전문 업체의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미글로벌측은 “처음 균열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균열과 모양이 달라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큰 문제없다”며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번 균열은 기둥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용접으로 열이 나면서 일정 시멘트 표피에만 발생했다는 게 롯데건설의 주장이다.
롯데건설 현장 핵심 관계자는 “이곳은 RC Core wall과 mega column에 철골조 Slab로 되어 있다.
당연히 Slab 철골과 콘크리트를 연결 하려면 콘크리트 내부에 Embed plate를 설치해 철골을 용접하게 되는데 콘크리트 특성상 갑자기 열을 가하면 크랙이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생기기도 한다.
이때 발생하는 크랙은 구조적으로 영향이 없는 깊이가 얕은 표면 크랙이다.
5층부터 9층까지 슬라브 철골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8층 까지 일반 Slab용 Beam을 용접한 부위는 용접 량이 많지 않아 아무 크랙이 발생하지 않았고
9층에 belt truss가 설치되는 부분에는 용접 량이 비교적 많아 Embed plate 주변에 크랙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크랙이 예상되어 사전에 Posco 산하 강재 연구소인 RIST에 Mock up test를 의뢰해 시험을 했고 예상대로 강재 주변에 미세한 크랙이 발생했다.
그 크랙의 규모는 구조적으로는 아무 영향이 없는 표면크랙으로 결과가 나왔다.
현장의 시공 결과는 정확하게 사전 시험과 일치했고 공사가 진행된 후 적정한 시기에 크랙을 보수하면 되는 상황이다”라고 크랙을 사실상 인정했고 ‘이상’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강재 주변 크랙 발생
현장을 둘러보고 진단한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물 구조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바닥 공사를 하지 않아 하중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이어서 용접 방식을 변경하는 등의 조처를 한 것 같다”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균열은 왜 발생한 것일까. 전문가에 따르면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시간에 쫓겨 공사를 하다 보니 나타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2롯데월드는 완공 예정일인 오는 2015년 10월에 맞추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면서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기 전에 용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제2 롯데월드의 현재 공정률은 9.8%정도로, 당초 목표 15%에 비해 늦은 것이다.
콘크리트는 양생 시간이 길수록 단단하게 굳는다. 단단하게 굳을수록 용접 열이 발생하더라도 균열이 덜 생긴다고 한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과 함께 건물이 안전하다고 진단한 박홍근 교수는 “처음 균열이 발생한 것은 작년 8월 여름으로, 콘크리트가 잘 굳을 시기인데다
강화 콘크리트여서 굳는 성질도 좋은 콘크리트인데, 덜 굳은 상태에서 서두르며 용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는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대한건축학회와 함께 정밀안전진단에 나섰다.
한양대 안산캠퍼스에 제2롯데월드의 메가 기둥을 축소한 여러 개의 모형을 제작해 실제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하면서 용접 과정을 진행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실험을 4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신성우 한양대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관련 조사를 철저히 진행할 계획이다.
두 달 정도 현장에 상주하면서 관련 문제의 재발 여부 등에 대해 첨단 장비를 동원해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러한 안전성검토와는 별개로 롯데건설의 시공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이 있다.
롯데건설측이 ‘현재’의 제2롯데월드는 정밀안전 진단 전 진행했던 검사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고 나왔기 때문에
공사는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과거 부실공사논란이 회자되고 있는 것.
부실시공 안전 불감증
한 예로 국내 최대 규모 단지인 5239가구 ‘부산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2010년 4월에도 부실공사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부산시소방본부 등 수사당국 따르면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거푸집이 콘크리트 무게를 못 이기고 쓰러지면서 지하 1층에 있던 인부들이 묻혀 작업 중이던 인부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던 적이 있다.
발생 원인을 조사한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노동부에 제출한 조사결과 자료를 통해 사고 원인은 롯데건설의 부실시공 때문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작년 연말에는 수원 롯데복합쇼핑타운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부실공사 논란이 제기된 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수원역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롯데 복합쇼핑타운 건설현장에서 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강행해 부실공사 의혹을 불러 일켰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건설공사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눈이 오면 콘크리트 타설과 같은 옥외 공사는 사실상 중단한다고 한다.
눈이 오면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수분이 콘크리트 속에 흡수되면 강도가 약해지고, 날씨가 추우면
콘크리트가 타설 전에 굳어버려 부실공사 위험이 크다는 것. 실제 ‘안전불감증’으로 매년 사고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공기를 앞당기기 위한 무리한 공사가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불산사고도 결국 안전불감증에서 나온 인재라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리한 공기단축이나 부실시공은 빨리 해결돼야 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