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996년 고발요청권이 생긴 이래 이례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SK건설을 고발해줄 것을 지난 10일 공식 요청했다. SK건설은 2009년 한국농어촌공사가 공고한 새만금방조제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하고 낙찰받은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지난 4일 22억 원의 과징금 처분과 관련이다.
당시 12개 건설사에 총 26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 사건이 각각 수십억 원 대의 과징금 부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이면서 공정위가 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가룬데 검찰이 갑자기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 안도해 있던 SK건설이 당황하는 한편 재계도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각 분야에서 만연돼온 ‘비리 부패와의 전쟁 서곡’으로 재계는 받아들였기 때문.
이를 입증이나 하듯,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날, 공정위는 검찰에 SK건설을 고발했고 방산 비리에 연루된 일광그룹 이광규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이광규 회장과 SK C&C 권 모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어 다음 날 검찰이 포스코 건설 송도 본사를 압수수색,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처럼 전 분야에 사정은 비리와 부패에 정조준 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대통령도 ‘비리는 도려내야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사정당국의 비리 부패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우선, 검찰은 포스코의 M&A 특혜 의혹과 계열사 매출 부풀리기 등에 수사 범위를 확대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와 동부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의 경우는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법인 계좌에서 발행된 수표를 물품 거래 대신 현금화해 총수일가 계좌로 일부 입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가 법인 재산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쟁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미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이 포착해 검찰에 통보한 내용이 주라는 것이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들로부터 비자금을 조성, 수백억 원을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과 딸 김주원 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김준기 회장의 동서인 윤대근 동부CNI 회장도 10억 원 안팎의 회삿 돈을 뺴돌린 정황도 조사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계열사간 내부 거래를 통해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동국제강의 장세주 회장은 미국 법인을 통해 약 1000만 달러(약110억 원)을 미국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해외에서 고철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현지 업체로 받은 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 차액을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또한 당진제철소 건립 과정에서 건설비를 과다 계상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라고 한다.
롯데그룹 계열사로 불분명한 거액 흐름 포착
롯데그룹의 경우는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의 사업본부로 ‘불분명한 거액’의 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 비자금 조성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원은 주가조작 혐의가 의혹을 받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동아원은 2010~2011년 자사주를 성공적으로 매각하기 위해 브로커를 동원,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 브로커는 동아원으로 부터 자금을 전달받아 고가매수·허위매수 등 다각적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아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씨의 장인인 이희상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러한 재계 전반의 부패에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명박 정권의 실세에도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명박 정부 시절 특혜 의혹을 받았던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과 그 주변 사정권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와 관련된 기업들도 수사 리스트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포스코에 대한 수사는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의 비자금 의혹이었지만 현재는 정준양 전 회장과 그 주변 등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의 줄소환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등이 강력 천거한 정준양 전 회장 임기 당시의 비리들이 집중 조사중이다. 부실 규모가 천문학적이던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등 총 30여건이 넘는 M&A가 주요 수사 대상이다.
발전·에너지설비업체인 성진지오텍, 삼창기업의 원자력사업부문, 가스전 개발을 추진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등이 그 것이다. M&A가 이뤄진 많은 기업들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이해할 수 없는 높은 금액으로 포스코에 인수됐고 이 기업들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적극 동원됐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이명박 전 대통령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
포스코건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도 얽혀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2000여 평의 이 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1985년 16억 원에 매입했다. 1995년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은 이 땅을 263억 원에 사들였지만 2007년 대선 즈음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검찰은 또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중 하나인 방산 비리에도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과 예비역 준장인 권모 SK C&C 전 상무 등이 2009년 EWTS사업을 중개하면서 5100만 달러 규모의 계약금액을 두 배 가량 부풀려 차액 4500만 달러(약 500억 원)을 챙긴 혐의를 포착, 수사 중이다.
또한 이규태 회장은 매출 축소로 2000억 원대의 탈세 혐의와 자금 세탁 혐의도 받고 있다.
국고 손실 논란을 빚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남기업 본사와 울산에 있는 한국석유공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새누리당 의원 출신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은 자본잠식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좀비기업’으로 드러나면서 ‘국민 혈세’ 논란도 있을 것으로 보는 재계인사도 있다.
검찰은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의 러시아 유전 사업 관련 경영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 비리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다. 석유공사·경남기업 등이 참여한 한국컨소시엄 2009년부터 2009년까지의 러시아 캄차카 석유 광구 탐사에서 3000억 원 가량을 투자했으나 실익을 내지 못한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 혐의를 잡은 것.
검찰은 당시 광구의 기대수익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도 한국컨소시엄이 사업을 끌고 간 과정에 도 자세히 들어다 보고 있어 이 부분에서도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을 것으로 재계관계자는 주목하고 있다.
자원외교 수사 본격화 성공불융자제도 ‘혜택’기업?
특히 경남기업의 경우는 성공불융자(위험성이 높은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을 감면) 제도 등을 통해 총 1524만5000달러(약174억 원)를 빌렸으나 2088달러를 갚고 나머지는 모두 면제받았다는 점도 주시대상. 이 과정에서 회계 장부가 조작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고된다.
현재 경남기업은 미국·멕시코만 사업에 참여하면서 1606만 달러를 차용한 상태. 이 사업까지 실패하면 총 300억 원 가량의 정부 자금이 경남기업에 흘러들어 간다는 것이어서 관계자들에게는 간단하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 성완종 회장에 대한 수사는 정·관계 로비로까지 이어질 전망이서 파문이 예고된다. 경남기업이 ‘좀비기업’이서 그 여파는 클 전망.
자원외교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성공불융자제도로 ‘혜택’을 본 기업들은 605억 원을 감면 받은 SK이노베이션을 비롯, LG상사(152억 원)와 삼성물산(147억 원)과 GS칼텍스, 에쓰오일, SK가스 등이 있다. 금호석유화학, 현대중공업, 대우인터내셔널, STX 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고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배임 의혹도 잇따라 제기될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재계는 이러한 자원외교와 방산 비리 수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건설업계의 4대강 살리기 담합 및 특혜의혹을 전면 재조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SK건설에 손을 댔고 상당수 건설사들이 4대강 담합으로 재판을 거쳤거나 재판 중에 있음을 감안하고 있다는 것. 공정위가 2012년 이후 4대강 담합과 관련된 과징금을 모두 1600억 원 이상을 부과하면서도 검찰에는 고발을 하지 않아 문제가 제기된 바 있어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기업들에 대한 전면 재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4대강 담합 건설사들의 부당이익은 1조239원에 달했다는 점이 새로 부상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부패와의 전쟁’과 관련, 검찰관계자는 <일요경제시사사>와의 통화에서 “자원외교 비리나 방산 비리는 엄중하게 마땅히 수사해야 할 의무입니다. 국민의 혈세와 관련이 있는 만큼 부패 비리는 사라져야할 것입니다.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으며 정권차원과 연계한 확대해석은 결코 아닙니다”라며 “공정한 수사를 통해 건전한 기업과 사회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표로하고 있습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공정한 경제 활성화를 피력했다. <김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