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지휘봉 지속해 빛낸다

‘항공료 사건 무혐의’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My life is music, that's all(내 삶은 음악이 전부)밖에 없다"

그간 ‘본인’에게는 물론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지휘봉을 잡게 된 정명훈 감독(63)의 일성이다. 항공료 횡령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가벼워진 마음으로 예정된 국내 행보에 나서기 시작, 팬들에게 기대를 안겨 주게 됐다.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의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첫 리허설인 1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쁜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좋은 연주를 맡게 돼 감사하고, 음악가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에 기쁘다”며 그간의 소회를 일축했다.

이어 “오랜만에 단원들을 보니 반갑고 기쁘기만 하다”며 “연주도 잘 될 것 같다”고 희망에 차있었다. 약 3주 간 해외에 머물다가 이날 오전 귀국한 그는 약 8개월 만에 서울시향 지휘봉을 잡고 밝은 모습으로 다시금 여유를 갖고 팬들에 ‘화답’하게 됐다. 서울시향을 위해 지휘한 지 10년이 된 그에게 일부에서 부풀린 클래식음악 거장으로서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혹을 날려버리게 되면서 더욱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음악 외적인 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만큼 집중력도 높아질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근거’도 없는 의혹제기의 방법으로 공격을 당해온 그였던지라 마음속 고통도 없지 않 았던 게 사실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My life is music, that's all(내 삶은 음악이 전부)’가 다시 지속되는 것이다.

정 감독은 오는 19일 잠실 롯데콘서트홀 개관 무대인 서울시향 공연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음악 역량을 보여줄 예정이다. 약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향 송년 대표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이후다.

이 공연에는 독일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의 세계 초연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을 선보인다. 혼성 합창단과 어린이합창단, 오르간이 포함된 대 편성 관현악곡이다.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롯데콘서트홀이 공동 위촉했다.

첫 곡은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Op.72a가 될 예정이며 메인 레퍼토리는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이다. 이 홀에 설치된 리거(Rieger)사의 파이프오르간이 진면목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감독은 11, 12, 13일 두 차례씩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한 후 16~18일에는 롯데콘서트홀 공연장에서 리허설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진다.

정 전 감독의 올해 하반기 국내 일정도 빼곡히 잡혀있는 상황이다.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이후 같은 달 29·31일에는 1988년 내한 이후 처음 한국을 찾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내한을 이끈다.

11월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 이어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기획 크레디아)의 내한 공연 지휘봉을 잡는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다. 올해로 174년을 맞는 이 악단은 정 전 감독과 1995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고.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 재임 당시 오케스트라를 조련하기 위해 베토벤과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만큼, 세계 최고 악단과 만나 어떤 빛을 발할 지에 팬들은 하반기 최대 기대 공연 중 하나로 꼽고 기다리고 있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