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주주총회서 삼성과 합병안 의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시너지’

2015년 450억 달러에서 2025년 1000억 달러 규모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총수 부재’ 속에서도 9조 원대의 미국 전장업체 하만(Harman) 인수 ‘빅딜’에 성공했다.

하만은 1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코네티컷주 프린스턴시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삼성과의 합병안을 의결했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일부 하만 주주들은 주식 매각 가격과 관련 지나친 저평가로 인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주주총회 의결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며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성공하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보통주 6988만3605주 중 70.78%인 4946만322주의 주주가 참여한 가운데 4692만1832주의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반대는 210만7178주, 기권은 43만1312주에 각각 그쳐 95%가 합병에 동의, 통과됐다. 전체 보통주 중에서도 67%가 합병에 찬성한 것.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게 되면 안건은 가결된다.

그간 이재용 부회장은 하만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해오면서 하만의 일부 주주가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강하게 반대, 진통을 겪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대외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합병안 통과는 의미가 크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주요국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오는 3분기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의 ‘인수 작업’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재계와 삼성전자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4일 이사회를 열어 자동차 전장 및 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의 인수를 의결한 바 있다. 인수 가격은 주당 112달러이며 인수 총액은 80억 달러(약 9조3760억 원)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M&A(인수합병)사례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연평균 9% 성장하는 커넥티드카 용 전장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기존에 있던 전장 기업을 인수한 것은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력 차이를 빠른 시간에 선점, 시장 지배력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 커넥티드카 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메틱스 등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을 준비해온 삼성전자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과의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시너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사업을 차량용까지 확대함으로써 성장 동력을 전자산업에도 마련, 이 분야에도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한편 전장사업 시장은 지난 2015년 450억 달러에서 오는 2025년에는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미래성장 산업으로, 연평균 9%의 고속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로 분석되고 있다. 하만은 커넥티드카 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OTA(무선통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 전장사업 분야 선두기업으로 매출 70억 달러, 영업이익 7억 달러(직전 12개월 기준)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 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김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