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도 천연물 신약 처방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의사들이 현재 의사(양의사)에게만 허용된 천연물신약 처방 권에 반발,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그 동안 한의사업계는 생약 처방을 캡슐 등 양약 모양으로 만든 약품의 처방 권을 의사에게만 부여한 현행 '천연물신약 고시'가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인성 부장판사)는 9일 김모씨 등 한의사 2명이 "한약 추출액 등 한방 처방을 양약 형태로 개발한 제품을 천연물신약으로 허가하는 근거를 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를 무효로 해달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기존 고시는 무효가 돼 한의사들에게도 천연물 신약 처방과 개발이 가능하도록 고시가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들로서도 한의원을 새로운 고객에 포함시켜야 할 가능성이 커 마케팅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고시처럼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상대방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합리적이고도 정책적인 이유가 제시된 바도 없으며 이 사건 고시는 결국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고, 나아가 한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해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고시로 한의사는 기존의 질병 또는 새롭게 나타난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거나 기존에 존재한 처방을 응용·발전해 새 의약품을 개발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국민의 한의학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져 한의사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이번 소송의 원고인단에 함께 이름을 올린 대한한의사협회의 청구에 대해서는 "직접 한방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약품을 개발해 품목허가를 받을 지위에 있지 않다"며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아 소를 각하됐다.
한의협이 소송에서 문제를 삼았던 식약처의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은 기존 한약에 알코올 용매 등을 넣어 추출한 후 알약 등의 형태로 만든 제품은 임상시험을 거쳐 천연물신약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방 임상경험을 근거로 개발된 천연물신약이라고 해도 법적으로 병의원 의사만 처방할 수 있을 뿐 한의사는 처방권이 없었던 것. <유기헌 기자>